<사피엔스> 잡학지식 #2. 인류의 조상? 유인원?
지난번 포스트 [<사피엔스> 잡학지식 #1. 생물 분류 체계]에서는 생물 분류 체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인류의 정의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네탄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이 인류 종 중에 하나인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인류라는 개념을 호모 속에 속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했을 때, 오스트랄로핕테쿠스는 호모 속에 속하지 않고 오히려 동등한 속의 개념이므로 인류라고 할 수 없다.
인류의 조상?
필자는 얼핏 '인류 조상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쯤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루시라는 별명을 가진 화석이 속해 있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종이 현존하는 호모속(=사람속,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최신 학계에 따르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나멘시스라는 종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보다 더 오래 전에 등장하였지만, 두 종이 공존하였다는 증거까지 발견되면서 아파렌시스가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닐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출처: www.bbc.com/korean/news-49505826). 물론, 필자가 해당 학계에 직접 몸 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2020년 현재 최신 학계가 해당 이야기에 대해 어떤 것을 정설로 간주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리고 필자 생각엔 이와 관련된 새로운 화석이 발견된 시에는 또 정설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니 일반인인 필자와 독자는 그저 인류의 조상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두루뭉실하게만 알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지난번 포스트에서 내렸던 결론에 의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류가 아니다. 그렇다면 인류의 조상은 인류가 아닌 것인가.
※ 여담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서 처음 발견된 화석의 별명인 루시는 비틀즈 노래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를 밝힌 여러 출처가 있는데, 출처마다 해당 노래가 연구진이 평소에 좋아하던 곡이라거나 발굴 축하 파티 때 흘러나온 곡이라거나 발굴 후에 차 타고 지나가다가 다른 차의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다거나 하는 등 얘기가 다 다른데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정말로 인류가 아닌가
일반적으로 어떤 종의 조상은 그 종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종으로 분화되었다는 것은, 곧 조상과 공유하지 않는 새로운 특징이 나타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위키피디아의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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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에서 인간이라는 용어는 현생인류와 그 직계 조상을 포함하는 분류인 사람속을 의미하나, 인류의 진화에 대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진화 단계상 존재하였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의 다른 사람과도 포함한다. 사람속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230만년전에서 240만년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분리되었다. 그러나 주된 관심사는 대개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스터와 같은 사람속의 생물들의 진화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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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 - 위키피디아>
요약하자면, '일반적으로 인간(=인류)은 사람속(=호모속)만을 의미하나, 인류의 진화에 대한 연구에서는 오스트랄피테쿠스를 비롯한 다른 사람과도 인류에 포함한다'는 말인 것 같다. 말인 즉슨, '일반적인 통념으로 보았을 때는 인류는 호모속에 속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맞지만, 관련 연구 분야에서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를 비롯한 사람과 안의 몇몇 다른 속(属, genus)도 인류로 총칭한다' 정도의 의미인 듯 하다.
이렇게 일반적인 경우에서와 인류 진화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경우에서 인류의 개념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의 그림은 인류의 진화 계통도를 나타낸다. 인류는 hominin ancnestor로부터 시작하여 계속해서 가지치기를 하며 호모 사피엔스로 까지 진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호모 속에 속해있는 모든 종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서 분화되었다. 말인즉슨, 호모속에 속해있는 각 종들의 공통 조상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 것이다. 그런데 자연에서의 진화는 이러한 과정을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인류이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야'라고 규정하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임의로 거시적으로 경계를 나누긴 했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그 경계가 애매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 문단의 물음에 대한 답은 이렇다. 호모 속에 속하는 종들만을 인류라고 지칭하는 일반적인 개념은 진화 계통도에서의 애매한 경계에서 최소한의 범위만을 지정하여 보수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그러나 과학 및 연구 분야에서는 대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취적으로 사고하는 특성이 있다. 즉,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를 비롯한 사람과 안의 다른 속도 인류로 총칭한 것은 과학 및 연구 분야에서 인류의 진화 계통도에서 나타나는 애매한 경계에서 최대한의 범위를 지정하여 정의한 것이다.
사실은 자연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류인가 아닌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저 자연은 돌연변이들 중에 환경에 잘 적응하는 우수한 형질을 자연 선택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새로운 특징이 나타났다고 판단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만들어서 억지로 종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영장류와 유인원은 어떻게 다른가? 또, 인류로 분류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인간은 영장류로 분류된다고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물 분류 체계의 용어를 엄격히 따진다면 엄밀하게는 인간은 영장류라고 하는 것보다 영장목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유인원(ape)은 영장목 밑에 사람상과 속하는 사람과와 긴팔원숭이과의 생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유인원과 다른 영장목에 속하는 생물을 구분하는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특징은 꼬리의 유무이다.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가 꼬리가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유인원은 꼬리가 없고 유인원을 제외한 다른 영장목의 생물은 꼬리가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지만 호모 사피엔스도 유인원에 속한다. 심지어,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약 98%가 일치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타 유인원과 비교해서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들도 여럿 존재한다.
우선, 인간은 타 유인원에 비해 뇌용량이 크고 턱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또한, 팔의 길이가 다리보다 짧으며, 엄지손가락이 길고 관절이 발달된 손을 가지고 있어 정교한 도구의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직립 보행을 하는 데 유리한 특성도 많이 가지고 있다. 척추의 모양이 S자형이어서 보행 시 뇌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골반이 넓고 몸을 지탱하기에 적합하다. 엄지 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나란하고 발바닥이 오목하여 오래 걷기에 적합하다. (출처: study.zum.com/book/13272)
사피엔스 책 내용 중 오류
필자는 최근에 허리가 아파서 유튜브에서 허리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서울대 재활 의학 교실의 정선근 교수님의 영상을 보게 됐는데, 정선근 교수님이 사피엔스 책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을 보았다. 사피엔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인간은 높은 시야와 부지런한 손을 얻은 대가로 오늘날 허리가 아프고 목이 뻣뻣해졌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 허리와 목 관련 질환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허리 관련 질환은 이족 보행을 하는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개도 디스크 질환을 많이 앓는다고 한다. 정선근 교수님에 따르면, 디스크 질환은 이족 보행의 문제가 아니라 중력의 문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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